2023년 SK 그룹 내에서 엄청난 인사이동이 있었죠,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 추구협의회를 이끄는 조대식 의장을 비롯해서 박정호, 김준, 장동현 부회장이 한꺼번에 날아간 건데요. 이분들은 부회장 4인방이라고 해서 SK의 실세 중에 실세였죠. SK그룹 내에서는 막강한 존재들 이였는데 이분들의 힘을 뺐다는 건 뭔가 SK가 위기의식을 느낀 거죠, 오늘은 여기에 대해서 도대체 그동안 SK그룹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기글 타개할 구원투수 최창원 부회장은 누구인가
"SK위기" 이게 무슨 소리야! SK가 위기라니 SK 잘 나가는 거 아니었어 이렇게 생각하실 분들도 많을 텐데요.요즘 각광받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 SK가 이걸 다 갖고 있지 않습니까?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2등이고요. 전기차 배터리는 글로벌 톱 5 안에 들고요. 남들 다 부러워하는 사업을 하는데 잘했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좀 어이가 없죠.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진짜 위기가 맞습니다.근데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아까 제가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 수펙스 추구협의회 의장이 날아갔다고 했잖아요. 그럼 이 자리에 누굴 앉혔느냐?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입니다.
권력은 부모 자식 간에 형제 간에도 안 나눈다는데 당장 지금만 해도 형제끼리 싸우고 난리 치는 회사가 있잖아요. 이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간 숱하게 본 드라마 단골 소재로 나오는 게 형제의 난인데요. SK는 굉장히 이례적으로 사촌 동생에게 최고 권력을 넘겨주는 일을 한 겁니다.
최창원 부회장의 부친이 바로 SK의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입니다.많은 분들이 창업주를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인 고 최종현 회장을 떠 올리실 텐데 사실 창업주는 최종현 회장의 형인 최정건 씨입니다, 여기서 그럼 SK 족보를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정곤 회장이 SK를 1953년에 세웠고요.1973년에 40대 중반의 나이에 세상을 뜹니다. 자식들이 당시에 너무 어렸어요. 최창원 부회장도 9살에 불과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습니다. 그리고 그룹을 엄청나게 키우게 되죠.
특히 1980년대 대한석유공사 지금의 SK 이노베이션,또 1990년대 중반 한국 이동통신 지금의 SK텔레콤을 인수한 게 컸습니다. 특혜다 뭐다 논란은 많았지만 어쨌든 SK가 굴지의 대기업이 된 게 이 두 회사를 인수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런데 최정현 회장도 1998년 68세의 나이로 비교적 일찍 세상을 뜨죠.두 분 모두 사인은 폐암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회사를 누가 가져가야 하나 여기서부터 남겨진 2세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우선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자녀들을 보시죠. 3남 4녀 7명이나 있습니다.
남자분들 삼형제 가운데 장남 최윤아 회장은 몸이 좀 안 좋아서 일찍 2000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최신원"회장과 "최종건" 부회장 둘 남습니다. 최신원 회장은 당시에 45살, 최창원 부회장은 34살이었습니다.
최종현 회장 쪽을 보시면, 여기는 소박하게 2남 1녀를 뒀는데 장남인 최태원, 지금 SK 회장이죠.차남인 최재원 현재 부회장이죠. 당신의 나이는 각각 38살과 35살 나이론 최신원 회장이 하는 게 맞는데 최신원 회장은 경영 능력에 다소 혹은 많은 의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 나이만 보면 다음이 최태원 회장인데 그래봐야 최창원 부회장과 4살밖에 차이가 안 나고요.좀 애매하죠. 그래서 SK는 어떻게 하느냐 고민 끝에 전문경영인을 내세웁니다, 바로 손길승 회장이죠 , 하지만 결국엔 최태원 회장이 왕권을 잡게 됩니다.
다 아시겠지만 아무래도 최종현 회장이 집권한 직후였으니까 최종현 회장 쪽 힘이 더 강했겠죠.그럼 최신원 최창원 형제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아버지가 세운 회사인데 사촌이 가져갔으니까 뭐 유쾌하진 않았을 겁니다. 이후에 두 사람은 극명한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최신원 회장은 본인의 장자 타이틀을 내세워서 사고를 치고 다닙니다.쉽게 말해서 회삿돈을 자기 돈처럼 막 쓰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고문으로 영입해서 회사 월급도 팍팍 주고, 여러 기행을 일삼다가 결국에는 문제가 터져서 22년 1월 재판에 넘겨졌고 이후에 실형을 선고받는 데 이르죠, 경영에서는 완전히 배제되게 됩니다, 반면에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착실하게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실력을 키웁니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7년에 SK케미칼 대표로 취임하고 무려 10여 년간 이 회사를 경영하게 되는데요. 또 2011년에는 SK가스 대표에도 오르게 되죠, 최창원 부회장이 맡은 뒤에 sk케미컬, SK가스는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됩니다. 우선 케미컬을 보시게 되면, 원래 사업은 섬유였는데 바이오 회사로 탈바꿈시킵니다.
특히 백신 개발에 수천억 원을 쏟아붓는데요. 원래 제약 사업을 했던 회사도 아닌데 많은 돈을 , 그것도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큰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2016년 드디어 성과를 내죠. 세계 최초의 4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 개발에 성공하고요, 이듬해인 2017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상포진 백신도 내놓습니다.
이렇게 성과가 하나둘 나오니까 sk케미컬은 2018년에 바이오 사업부를 완전히 떼어내서 SK바이오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독립을 시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죠? SK 바사라고도 부르기도 했던 바로 그 이름이죠, 역대 최고의 공모주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고 따상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SK바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코로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역할을 해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으니까, 증시에서 이런 열기는 어찌 보면 당연했던 것이죠. SK가스도 엄청 달라졌죠. 이 회사는 원래 LPG를 해외에서 들여와서 유통하고 판매하는 게 주된 사업인데요.
현재 LPG시장은" E1"하고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LPG 유통만 갖고 기업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LPG는 액화석유가스 그러니까 석유에서 뽑아낸 가스인데요. 국내에서 주로 1톤 LPG 트럭 연료나 산업용으로 쓰입니다.
예전에는 일반 가정집이나 장사하시는 치킨집, 중국집 같은 곳에서 LPG를 많이 썼는데요. LPG 가스통 배달하는 분들 엄청 많았죠, 그런데 요즘은 액화천연가스 LNG라고 하죠, 이건 말 그대로 천연가스예요. 자연에서 뽑아낸 것이죠. 이걸로 다 대체되는 상황이 되었죠.
그래서 SK가스는 LPG로 뭘 할 수 있을까 보다가 이걸 플라스틱 만드는 원료로 써보자 하고 2013년에 사업 다각화를 합니다.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이런 소재는 원래 석유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라고 하죠, 나프타를 주된 재료로 쓰는데 이걸 "프로판탈수소화(PDH)"라고 합니다.
이 사업을 전문으로 할 SK어드벤스를 내세워서 2016년부터 프로필렌 생산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첫 해 600억 원, 2017년 700억 원, 2018년 900억 원 이렇게 이익을 늘려가면서 효자 사업으로 만들게 됩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울산의 LNG와 LPG를 동시에 연료로 쓸 수 있는 발전소를 짓고 있는데요. 이게 2024년 하반기에 가동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LNG와 LPG가 같은 가스 같아 보여도 가격 차이가 좀 나는데, 그래서 LNG가 비싸지면 LPG를 떼고 LPG가 비싸지면 LNG를 쓰고 이런 게 가능해집니다. 발전소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연간 매출 1조 원 이익 2천억 원 이상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발전소 사업을 위해서 울산의 대규모 LNG 탱크와 전반 시설까지 짓고 있고,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암모니아 사업도 여기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정리하면 sk케미컬과 SK가스는 최창원 부회장이 맡아서 완전히 다른 기업이 됐고 엄청나게 커졌다는 겁니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렇게 사업을 키워놓으니까 최태원 회장은 어떻게 하느냐, SK케미칼과 가스를 떼어서 줍니다. 네가 사업 키웠고 경영 능력을 입증했으니까 이건 네 거다 뭐 이런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 지분 구조를 보면 최창원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란 지주사를 통해서 sk케미컬, SK가스 등등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SK디스커버리는 최창원 부회장 지분이 40%가 넘어서 단독 최대 주주고요. 최태원 회장의 SK와는 지분 관계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SK에서 계열 분리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합리적인 예상이 나오고 있었는데 자기 왕국 챙기느라 바쁠 텐데 사촌 형의 왕국에 들어가서 왕까지는 아니고 총리 정도 맡은 상황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최창원 부회장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SK 2세 경영자 사이에서는 경영 능력이 대단히 높다는 평가가 중론이고요. 여기에 인품도 굉장히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단순히 사촌 동생이라 아니 사촌 동생인데도 불구하고 가 보다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권력을 줘도 배신하지 않고 회사도 살리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SK그룹의 위기를 부른 M&A들
그런데 SK그룹 상황이 어떻길래 부회장 4인방을 모조리 내보네고 최창원 부회장을 비대위원장에 앉혔느냐 , 상황이 심각합니다. 그간 돈을 잘 벌었던 SK가 최근 몇 년 새 돈이 쪼들릴 정도로 형편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유는 많은데 딱 하나만 꼽자면 돈을 펑펑 써서 그렇습니다.
우선 반도체부터 보시죠. SK하이닉스 SK가 2012년에 이 회사 사고 얼마나 재미를 많이 봤습니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죠, 연간 10조 원 버는 건 일도 아니었고, 20조 원 벌 때도 있었습니다. 매출 아니고 영업이익입니다. 뗄 거 다 떼고 장사로만 10조씩 캐시로 따박따박 통장에 꽂혔다는 얘기입니다.
잔고가 넘쳐나니까 이 돈으로 경기도 용인에 120조 원짜리 반도체 단지를 짓네,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부를 11조 원에 사네 등등 이런 통 큰 투자를 하게 되죠. 2021년에 인수한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가액이 무려 11조 원이었죠, 인수할 때도 바가지 썼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바가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호구 잡힌 것이었습니다.
SK가 인수하자마자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폭락을 하게 되죠,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평균 판매 가격은 작년 1분기만 해도 테라바이트당 12달러였는데 23년 2분기에 46달러로 60% 가까이나 폭락했죠, 이 탓에 SK하이닉스의 낸드 부문 적자는 분기당 2조 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낸드 사업 분기당 매출이 2조 원 수준인데 2조 원 적자면 영업이익률이 무려 마이너스 100%입니다, 인텔 낸드 사업부의 23년도 3분기까지 순손실은 3조 6천억 원을 넘겼고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서 돈을 퍼넣어주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인텔에서 11조 원 주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똥만 나오는 거위를 사들였고, 또 이 거위가 싸지르는 똥 치우느라 또 11조 원 써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게 가장 대표적인 M&A였고, 이것 말고도 흥청망청 돈 쏟아부어 실패한 M&A가 한둘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례 딱 하나만 더 들자면 미국 "플러그 파워"라는 수소에너지 관련 기업이 있습니다, 이것도 2021년 1조 8천억 원을 주고 플러그 파워 지분 10%를 취득했습니다. 이때 취득 가격이 주당 29달러가 넘는데요. 이 회사 주가는 현재 4달러 선에 불과합니다, 현재는 주가가 85% 폭락했어요. 1조 8천억 원에 산 주식 가치는 3천억 원도 안 되고요. 1조 5천억 원을 날린 셈이에요.
또 하나 한심한 예를 들자면, SK가 한국판 아마존을 만들겠다며 진짜 아마존 하고 손을 잡은 11번가는 완전히 붕괴되었죠, SK는 완전히 항복하고 11번가와 헤어질 결심을 했습니다. 과거 이 회사에 지분 투자를 한 펀드들이 있는데 이 펀드가 SK에 약속한 돈을 달라고 했더니 11번가를 그냥 통째로 가져가라고 던져버리게 되죠
11번가 실적을 보면 SK가 그동안 헛짓거리를 했구나 싶은 게, 돈을 그렇게 쏟아붓고도 매출이 느는 게 아니라 절반으로 줄었고, 2022년에 반짝 느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게 쿠팡처럼 직매입을 해서 회계상으로만 는 것일 뿐이었죠, 오히려 그 이후 적자가 확 불어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직매입의 후유증 같은 겁니다.
온라인 쇼핑 점유율을 보면 쿠팡과 네이버가 저만치 앞서가고 있고 신세계의 지마켓에도 못 당하고 있고요. 이대로 가면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도 뒤처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아 보입니다.
또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배터리사업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을 여기저기 짓느라 수십조 원을 썼는데 이 돈 다 이노베이션이 석유 팔아 번 돈으로 충당했죠. 그래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톱 5 안에 들긴 했습니다만 적자가 계속 커져서 해소가 안되고 있습니다.
2021년에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된 SKON의 적자는 지난해 1조 원을 넘어섰고요. 생각보다 손익분기점 달성하는 시점이 늦춰지고 있습니다, 이게 전기차 시장이 갑자기 얼어붙어서 수요가 확 감소한 영향도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수율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거 다들 아실 겁니다.
수율이 안나온다는 것은 공장에서 배터리를 찍어내면 불량품이 엄청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100개 만들었는데 50개 버리면 이익이 나기 힘들겠죠. 경쟁사인 LG 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이익 잘 내는데 SK만 적자가 심한 게 수율 문제인 것이죠, 그래서 하이닉스에서 대표를 했다가 퇴임한 이석희 사장을 다시 불러서 SKON을 맡기게 되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되죠.
마치면서
구원투수로 나선 최창원 부회장에게 권한이 많이 갔지만 SK 모든 계열사에 다 관여할 것 같지는 않고요. 아마 큰 건만 보겠죠. 특히 대규모 투자 M&A 이런 것 위주로 재점검을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계열사 사장님들 군기반장 역할도 좀 할 것 같고, 이미 수펙스 추구협의회의 내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원과 조직을 확 줄인다고 하죠,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통신 등등 굉장히 광범위한데 이번 기회에 재점검을 하고 다시 도약할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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